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성장통

사랑은 외로움의 숙적이자 필연

  사랑에는 유효기간이 있다. 유효기한은 사랑마다 제각각이지만, 사랑이란 감정의 유한성은 너무나 선명하기 때문에 이를 무시할 수 없다. 한때는 '영원'이란 말에 어울리지 않게 믿음을 주기도 했다. 그러나 믿음은 영원을 따라 은하수 궤도를 이탈해 버렸다. 영영 찾을 수 없는 어둠 속으로 떨어졌다. 믿음이 사라지니 당연스럽게 사랑을 불신했다. 영원하지 못한 사랑의 무가치를 증명한다며 천착했다. 사랑을 좋아하면서도 눈 앞에 놓인 사랑을 부정했다. 이윽고 나의 사랑은 유효기간보다 이르게 만료되었다. 기억 곳곳에 짙게 묻은 사랑이 지워지지 않아 괴로우면서도, 더는 사랑에 기대하지 않아도 된다는 생각에 안도했다. 사랑이 떠나가자마자 접근해 온 외로움을 밀어낼 수 없었다. 사랑보다 외로움을 믿었다. 외로움은 꽤 오랫동안 이 순간을 향해 접근해 온 것인지도 모르지만, 그런 건 중요하지 않다. 미래를 꿈꾸게 했던 사랑과는 다르게, 외로움은 현재의 쓸쓸함에 주목했다. 결국 내 곁에 있는 건, 사랑이 아닌, 외로움이다.